깨달음을 얻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깨달은 사람들은 신통력이 있어서 전생도 알고,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알고, 미세한 소리도 듣는 줄 안다. 또한 마음이 평화로워서 늘 행복한 줄 안다. 그런데 그런 신통한 변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한 고달픈 현실도 그냥 그대로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면 깨닫기 전과 똑같이 사는 것 같지만 살아가는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깨닫기 전에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저 나는 독립된 개인으로서 어떤 특정한 육신을 가진 채, 남들과는 다른 존재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깨닫고 나면 이제는 자신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며, 세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와 세상 만물이 서로 다른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다 같은 하나의 마음으로 사는 것임을 알게 된다.
저 고양이와 내가 어떻게 같은, 하나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일까? 저 날아다니는 새와 내가 어떻게 같은, 하나의 마음을 지녔다는 것일까? 삼라만상이 어떻게 나의 나타남일까? 그동안 배운 지식으로는 이런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지만, 진실로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면 이 세상과 내가 별개가 아님을 확실히 알게 된다. 나라는 주체와 바깥이라는 객체의 구분이 없어진다. 그래서 나와 잡초도 같은, 하나의 본성으로 살아감을 알 수 있다.
직장 동료와 갈등을 겪을 때 나는 그 때문에 마음이 힘들고, 그는 나 때문에 마음이 힘들다. 이런저런 상황이야 다르지만 나와 그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나와 그의 본성 자리가 같기 때문이다. 나와 이 세상이 같은 하나의 마음이다.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 행동이 달라진다. 그래서 남이 나를 보듯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세상과 다른 사람이 밉다, 싫다 하는 마음도 한 걸음 물러나서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관점에 따른 행동의 변화가 금방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깨달음을 얻더라도 한동안은 이 세상과의 충돌이 반복된다. 이기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습관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아, 또 놓쳤네.” “또 걱정했네.” “또 미워하고 갈등했네.” 하고 자신을 수시로 돌아보면서 내 근원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