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아침선책 미리보기 · 07 / 10
태화강 물은 한 번도 흐른 적이 없다

CHAPTER / 07

존재감이 바로 나다

혜암 김상복 선생님 법문집

나는 누구일까?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것이 바로 나다. 내가 알아야 할 대상이 따로 있거나, 무엇을 더 해야 알거나, 좋은 옷을 입거나, 명상하거나, 욕심을 버려야 아는 것이 아니다.

‘내가 존재하는구나.’ 이 느낌을 불교에서는 ‘공(空)’이라 한다. ‘없다’ 하려니까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있다’ 하려니까 눈에도 안 보이고 귀에도 안 들린다. 그래서 ‘공’이다. 이것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이 ‘공’이 아니면 지금 내가 존재할 수가 없다.

‘내가 존재하는구나.’ 이것이 나의 본래 모습이고 실체이다. 그 위에 육체와 마음이 얹혀서 나라고 여기기 때문에 우린 나를 알지 못한다. 찻잔도, 주전자도, 책도, 벌도, 집도, 자동차도 다 그 위에 덧붙여진 생각이다. 거기에서 우주가 나왔다. 이 우주가 나를 만든 것이 아니고, 내 존재에서 이 우주가 나왔다.

나는 지금 이대로 현존하고 있다. 현존 자체가 나다. 하버드대학을 나오고, 집이 부자이고, 좋은 차를 타고, 똑똑하고 잘 생겼다고 하는 온갖 것들은 다 내가 아니다. 우리는 바깥에 보이는 현상계 모두를 실재로 보고, 온갖 수식이 붙은 이것이 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다.

나는 그냥 존재일 뿐이다. 나는 그냥 오직 존재 이대로이다. 이 나를 아는 데는 특별한 지식이나 수행이 필요하지 않다. 지금 존재하는 본질이 그냥 나다. 눈만 감아도 “아, 내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내가 존재한다는 이 느낌을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알지 못한다. 그 존재감은 내가 깊은 잠에 들어도 그대로 있다. 거기에는 걱정, 근심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본래의 내 모습이다.

깨달음에 대한 환상을 내려야 한다. 지금 존재한다고 알고 있는 이것, 그대로가 깨달음이며 나다. 실체가 아닌 것을 실체로 착각하면 안 된다. 자꾸 무언가 새롭게 얻거나 저 멀리 어딘가에 이르러야 한다는 이런 행위를 그치기만 하면 참나, 참자아를 바로 볼 수 있다. 오롯이 나만 남을 때 보는 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나로 존재한다, 바로 지금 여기.

열 개의 이야기 · 전체 목차
  1. 01 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2. 02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3. 03 내 생각은 모두 틀렸다
  4. 04 나를 찾는 것은 내 마음을 아는 것이다
  5. 05 나는 왜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가?
  6. 06 내가 있어야 우주가 있다
  7. 07 존재감이 바로 나다
  8. 08 깨달음을 얻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9. 09 내가 존재한다는 이것만이 존재이다
  10. 10 “나는 우주의 시작이요, 끝이며 중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