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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물은 한 번도 흐른 적이 없다

CHAPTER / 09

내가 존재한다는 이것만이 존재이다

혜암 김상복 선생님 법문집

우리는 존재한다는 말을 일상적으로 쓴다. 눈앞에 있는 사과도 존재하고, 책도 존재하고, 꽃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내가 존재한다는 이것만이 존재이다. 사과도, 책도, 꽃도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차이점이 진실로 깨달음에 직통으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지금 내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느낌, 오직 이것만이 존재이다. 다른 건 아무것도 없다. 이것만이 유일한 존재이다. 오직 나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그것에서 파생된 것일 뿐이다. “저 사람도 존재감을 느끼잖아.” 이 말은 이미 중심에서 가지를 뻗은 것이다. 진리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저 사람은 존재감 있는 나 때문에 있는 것이다.
이 존재감을 찾으려고 우리는 부처가 어떻고, 장자가 어떻고, 노자가 어떻고, 육조 혜능이 어떻고 하지만 그런 것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 또 어떤 사람은 삼천 배에 의미를 두어서 이것만 하면 깨닫는 줄 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행위를 하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한다. 이런 공부를 하려고 출발한 자, 바로 나를 찾아야 한다.

지금 살아 있는 내 존재가 무엇일까? 진정 이것이 핵심이다. 언제나 내가 존재할 때 집도 있고, 자동차도 있고, 자식도 있고, 남편도 있고, 하늘도 있고, 구름도 있다. 오직 내 존재에서 퍼져 나가기 때문에 나만이 오직 존재이다. 이 존재가 다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든 것들은 나로 인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 세상을 본 적이 있을까? 없다. 언제나 눈을 떠서 내가 존재할 때 이 세상이 펼쳐진다. 이 세상이 모두 나의 존재이다. 그러면 근원적으로 “저 모든 것이 나네.” 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이것이 단번에 되긴 어렵다. 그러나 자꾸 듣다 보면 어느새 “그래, 그냥 다 나네.”라고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고나 습성 때문에 이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저 할머니가 나라고? 저 강아지가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저 똥이 같은 본성에서 나왔다고? 나는 저들이 밉고, 무섭고, 더러워.” 이렇게 우리는 세상과 분리된 개체로서 반응하니까 깨달음과 멀어진다.

이제는 우리가 가진 기존의 가치나 개념을 단호히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열 개의 이야기 · 전체 목차
  1. 01 어떻게 하면 깨달을 수 있을까?
  2. 02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3. 03 내 생각은 모두 틀렸다
  4. 04 나를 찾는 것은 내 마음을 아는 것이다
  5. 05 나는 왜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가?
  6. 06 내가 있어야 우주가 있다
  7. 07 존재감이 바로 나다
  8. 08 깨달음을 얻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9. 09 내가 존재한다는 이것만이 존재이다
  10. 10 “나는 우주의 시작이요, 끝이며 중심이다”